영화 <데드맨>은 한순간에 '죽은 사람'이 되어버린 바지 사장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립니다. 좁은 관 속에서 눈을 뜨는 오프닝 장면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주인공 이만재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의 복잡한 관계망과 진짜 권력의 실체를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입니다. 조진웅 배우의 처절한 열연과 세련된 조명 연출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이름이 가진 의미와 그 뒤에 숨은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바지사장이라는 이름의 덫과 생존의 조건
영화의 핵심 인물인 이만재는 바지 사장 업계의 에이스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는 6개월 동안 아내에게 생활비를 또박또박 보냈고, 한 번도 약속을 어기지 않았던 성실한 가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선택한 바지 사장이라는 직업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덫이 되었습니다. 폐차장에서 콩팥을 팔려던 절박한 순간, "이름을 팔면 된다"는 제안을 받고 시작된 그의 바지 사장 생활은 처음에는 합법적인 명의 대여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범죄 조직의 세탁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이만재는 "바지 사장 계의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탁월한 장부 작성 능력과 업계 생존 능력을 갖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스포텍이라는 스포츠 벤처 기업의 바지 사장이 되어 하루에도 수십 개의 서류에 도장을 찍었고, 많은 돈이 그의 이름으로 오고 갔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돈의 실체와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인감을 새로 파러 갔던 날, 인장 사는 그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돈이 들어오면 다 나가는 사주에 원진살이 있어서 가정을 지키기 어렵겠네. 자신의 그릇에 비해 너무 좋은 거 두 개랑 붙어 있네요. 이름을 버리고 부인과 헤어져야 삽니다." 이는 단순한 사주풀이가 아니라, 바지 사장이라는 직업이 가진 본질적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경고하는 장면입니다.
영화는 바지 사장들이 처한 구조적 모순을 여러 인물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만재와 함께 피해자가 된 공문식은 스포텍 주식으로 100억 수익을 낸 것으로 기록되었지만, 실제 수익은 모두 진짜 주인들이 가져갔고 그에게는 27억의 세금 폭탄만 남았습니다. 신고도 하지 않았기에 가산세까지 포함하면 그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결국 공문식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고, 그의 딸 공희주는 아버지의 죽음이 이만재 때문이라고 믿게 됩니다. 이처럼 바지 사장이라는 시스템은 개인의 이름을 담보로 실체 없는 권력자들이 부를 축적하고, 모든 책임은 이름을 판 개인에게 전가되는 잔인한 구조입니다.
황치훈과 정치권력의 검은 연결고리
영화의 진짜 악역은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 그 자체입니다. 그 중심에는 대권 주자인 황치훈 의원이 있습니다. 스포텍에서 사라진 천억 원은 황치훤의 창당 자금으로 흘러갔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바지 사장들이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는 경쟁 후보인 윤 대표를 돕기 위해 황치훈의 비리를 파헤치려 하지만, 결정적 증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야동은 다 봤지만 아무도 안 본 적 하는 거죠. 정치자금이 그런 거잖아요. 국민은 모르지만 다 아는 척하고, 정치인은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거."
황치훈과 연결된 인물로는 클럽 MD이자 바지 사장 계의 연결 책인 런드리 조가 등장합니다. 그는 명의 런드리 조작으로 악명이 높았던 인물로, 작년에 금융감독원에서 서울 일대 유명 클럽 대표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사건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의 수법은 간단했습니다. "1억씩 줄 테니까 주식 계좌를 신용으로 달라"라고 해서 신용으로 2억까지 살 수 있게 만든 뒤, 그렇게 40억을 굴려 재미를 봤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주가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식은 순식간에 휴지가 되었고,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은 신용으로 1억씩 빌린 돈을 메꿔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런드리 조를 통해 황치훈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이만재와 희주는 위험한 작전을 펼칩니다. 희주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사장으로 위장해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특별 세미나에 참석하고, 런드리 조와 접촉합니다. "200명까지 준비가 가능하다"며 400억 규모의 거래를 제안하자, 런드리 조는 관심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경계심이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여자랑 돈거래를 하면 돈이 돌다가 부정 타서 재수가 없다"라며 의심하던 그 순간, 갑자기 불이 꺼지고 이만재가 나타나 참 교육을 시작합니다. "내가 누군 줄 알고. 런드리 조, 나를 이렇게 만들고 너만 살 줄 알았냐." 결국 런드리 조는 자신이 황치훈 의원 후원 회장 신분으로 세탁한 정치자금을 캠프에 전달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이름값과 존재 증명의 서늘한 진실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바로 '이름값'입니다. 인장사는 이만재에게 말합니다. "자기의 이름값은 본인이 어떻게 인생을 운전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이름 하나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만재는 186cm, 82kg, 전업 한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세일즈맨이 첫 직장이었고, 이후 시작한 어린이 교재 사업은 저축은행 사태로 파산했습니다. 2011년 바지 사장을 시작한 그는 2019년 스포텍 횡령금 1천억을 페이퍼 컴퍼니로 빼돌리고 잠적한 것으로 기록되었고, 이후 천억 자산가가 되어 해외를 떠돌다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3년 가까이 사설 감옥에 갇혀 있었고, 심여사에 의해 구출되어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당신이 빼돌린 천억 아니 그렇다더라 천억이 창당 자금으로 흘러간 정황이 있어. 황치훈 의원 신당 창당에서 스포츠 벤처를 언급한 적 있어?" 심여사의 질문에 이만재는 자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범죄의 전모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자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며,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진짜 범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요.
공희주 역시 이름값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낀 인물입니다. 그녀는 아버지 공문식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하며 "이만재 살아 있다" 캠페인을 벌였고, 국회 앞에서 이만재 법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이끌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인생을 짓밟고 사라진 이만재, 불법적인 명의 도용의 법적 근절을 요구하는 이만재 법 서명 운동"은 그녀의 절박함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이만재를 원수로 여겼던 그녀는 진실을 알게 된 후 함께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내가 복수해야 복수만 하면 돼. 그거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이만재와 희주, 그리고 심여사는 각자의 이유로 의기투합하여 진짜 전주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장부마저 빼앗기고, 믿었던 골통마저 배신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골통은 런드리 조의 협박에 못 이겨 장부를 훔쳤고, 결국 손발이 묶인 채 야구장에 끌려가 죽음의 위기에 처합니다. "힘으로 빼앗아 버리면 그만이거든요. 형님이 했던 그 유명한 얘기 있잖아.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맞을 때까지는." 이는 이름값이 아무리 높아도, 진짜 힘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서늘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영화 <데드맨>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 이름 뒤에 숨은 권력의 실체를 폭로하는 사회 고발 스릴러입니다. 비평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실체 없는 이름'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고들며, 인장을 파는 노인과의 대화는 운명론과 주체적인 삶 사이의 고민을 던져줍니다. 조진웅 배우의 처절한 열연과 세련된 조명 연출은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며, 결국 영화는 내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권리가 곧 인간 존엄의 시작임을 역설합니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 나의 흔적을 찾는 여정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XfRh45EVr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