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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하루 영화 리뷰 (헤어진,채권자와,일상의)

by 영화리뷰보이 2026. 2. 4.

2008년 개봉한 영화 <멋진 하루>는 350만 원의 빚을 매개로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서울 곳곳을 배회하는 단 하루의 여정을 담아냅니다. 이윤기 감독은 일본 작가 다이아 지코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채권자와 채무자로 전락한 두 사람의 불편한 동행을 통해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반짝일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멋진하루 영화 리뷰

헤어진 연인, 350만 원으로 다시 만나다

화창한 토요일 아침, 경마장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10년 전 헤어진 연인 병운과 희수의 재회를 그립니다. 차용증 350만 원을 받으러 온 희수와 "저 맥을 잘 나는 거 아니거든"이라며 단호하게 채무를 자랑하는 병운의 대면은 불편함 그 자체입니다. 1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던 희수가 돈 때문에 찾아왔다는 사실은 한때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병원은 돈이 없다고 말하지만 희수는 "오늘 안에 돈을 받겠다"며 그와 동행하기로 합니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된 두 사람의 불편한 동행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이들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병운이 돈을 빌린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첫 번째 목적지에서 만난 50대 여성 사업가에게 100만 원을 받는 장면에서 희수는 "감사함도 받아 주 받을 돈을 받으러 온 자신이 감사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워합니다.

병운의 돌려 막기는 성공적이지만 그의 태평한 모습은 희수를 더욱 답답하게 만듭니다. "나라도 좋아하는 가두 잘 만나야 빚고 다져 가지고 씨름이 봤습니다"라는 병운의 말에서 그의 대책 없는 낙천성이 드러납니다. 두 번째 목적지인 배양 렘에서는 돈을 빌리지 못했고, 점심시간이 되자 희수는 예전에 자주 가던 식당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 식당은 이미 문을 닫았고, 결국 햄버거로 식사를 해결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변해버린 그들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채권자와 채무자,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다

세 번째 목적지는 술집에서 일하는 세미라는 여자입니다. 세미는 희수를 보며 "너무 평범하잖아. 눈부시게 예쁘던지 아니면 엄청나게 못생겨 보이던지"라며 무례한 태도를 보입니다.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는 희수에게 세미는 "몇 푼 때문에 아웅다웅 지겹지도 않나"라며 돈을 건넵니다. 하지만 "부상할 것도 없으면서"라는 세미의 말에 희수는 어딘가 슬픈 얼굴로 자갈을 건네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병운은 희수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말이야, 마지막으로 웃던 표정이 무지 행복해 보였어. 자꾸 떠올라서"라는 그의 고백은 단순히 돈 때문에 만난 것이 아닌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숨어 있음을 드러냅니다. 희수 역시 "손등을 낮춰 마주 잡는 순간" 다른 이유가 있음을 깨닫습니다. "내가 보고 싶어서"라는 병운의 솔직한 말에 희수의 얼굴에도 얕은 미소가 스칩니다.

그러나 그들 앞에 나타난 사촌의 언행은 냉혹합니다. "어릴 때부터 고생을 내마 음 뼈 빠지게 일할 때 얜 천하게 불려 받은 수업하고 조 씨 집안 재산 다 날려먹고"라는 사촌의 비난에 병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희수는 "넌 자존심도 없냐"며 무시당하는 병운의 모습에 화가 치밀지만, 병운은 "상황이 계속 안 좋아지니까 많이 힘들더라고요. 나랑 있어서 뭐 불행해지는 모습 보고 싶지 않다"라며 자신이 헤어진 이유를 털어놓습니다. 이 대목에서 관객은 병운의 대책 없는 낙천성이 사실은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그만의 방식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일상의 반짝임, 멋진 하루로 완성되다

친구의 딸 소연을 데리러 학교에 간 두 사람은 "다행이야. 변화 없이 그대로 다행이라고"라며 추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차가 사라져 있었고, 비까지 맞으며 차를 찾으러 가는 과정에서 희수는 병운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람을 잘못 만났습니다"라는 소연의 말에 희수는 "괜찮은 것 같아요"라며 병운을 옹호합니다. 차량 보관소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고장 난 와이퍼를 고치며 서로의 근황을 나눕니다.

"결혼 왜 못하구요?"라는 병운의 질문에 희수는 "내가 그 사람을 버린 건데, 직원이 공금 횡령을 하니까 책임자라고 잘린 거야"라며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습니다. 병운은 "여성 될 거 같은 거 없어. 어째 내이랑 비슷한 것 같다. 상황이 어려워서 여자 떠난 된 거 아니야"라며 희수를 위로합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서울 거리에서 희수를 기다리던 병운 앞에 한 분이 나타나 10만 원을 건넵니다. "부력과 든다"며 돈을 내미는 그녀에게 희수는 "제 처지를 생각해서 못 받겠습니다"라며 거절하지만, 결국 "절대 안 물러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돈을 받습니다.

긴 하루가 끝나고 차에 탄 두 사람은 새로운 차용증과 함께 다음을 기약합니다. 하정우와 전도연의 명연기, 그리고 김정범이 감독을 맡은 OST는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홍상수식 리얼리즘과 이윤기 감독 특유의 정적인 미장센이 어우러져 자극적인 갈등 없이도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얼마나 반짝일 수 있는지를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대책 없는 낙천성과 까칠한 배려의 충돌은 역설적으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증명하며, 돈을 받으러 온 희수의 목적이 사실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었던 마음이었음을 드러냅니다.

헤어진 옛 연인과의 불편한 하루가 가장 완벽한 멋진 하루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삶의 진정성을 담백하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상처를 확인하고 위로하는 과정 속에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OFTS314-Y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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