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력 피해자가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가 관객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사격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었던 주인공 지은이가 겪는 비극과 복수의 서사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피해자를 외면하는 제도적 한계
영화는 성폭력 피해자가 마주하는 제도의 무능함과 2차 가해의 잔혹함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사고로 부모를 잃고 언어장애를 갖게 된 지은이는 절친 원경이와 함께 공장을 다니며 게임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원경이는 작업반장에게 정규직 추천을 빌미로 성적 상납을 요구받고, 폭력적인 남자친구 참배에게 상습 폭행을 당하면서도 과거의 의지처였다는 이유로 떠나지 못합니다.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한 원경이를 두고 먼저 귀가한 지은이는 집에서 세 명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겪습니다. 언어장애로 인해 제대로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두 명의 가해자에게 유린당한 지은이는 이후 부패한 경찰 박형사를 만나게 됩니다. 박형사는 피해자인 지은이에게 "치마도 아니고 꽉 낀 청바지를 벗기기가 쉽지 않다"며 피해 사실 자체를 의심하고, "아가씨가 죽어라고 소리를 지르면 지나가는 사람 한 명이라도 그 소리 들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식의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습니다.
이는 실제 이탈리아와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청바지 강간 무죄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으로,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저항 여부로 성폭력을 판단하는 왜곡된 시선을 비판합니다. 후배 형사는 지은이를 보고 "강간당한 표 치고는"이라며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결국 지은이는 경찰서에서조차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갑니다. 옆집 참배는 지은이가 성폭행당하던 소리를 단순히 정상적인 관계의 소음으로 오해했고, 이는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제도는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의심하고 무시하며, 그 과정에서 지은이는 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정당방위의 경계와 복수의 시작
성폭행 이후에도 가해자 중 한 명이 지은이의 집에 찾아와 또다시 범행을 시도하면서 지은이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됩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해자를 살해한 지은이는 강형사에게 조심스럽게 정당방위에 대해 물어봅니다. 그러나 "상대보다 훨씬 심한 폭력은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자신의 행위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깨닫습니다.
강형사는 성폭행 피해를 입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여동생을 둔 인물로, 지은이에게 유일하게 진심 어린 공감을 표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는 "내가 지은 씨한테 못쓸 짓 한 놈들 잡게, 잡아서 벌주게"라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지은이는 시체를 토막 내 냉동실에 숨기고, 일부를 처리하러 나갔다가 박형사를 만나게 됩니다.
박형사는 참배로부터 지은이가 성관계 소음을 냈다는 말을 듣고 성폭행 신고가 허위였다고 확신하며, 무고죄로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합니다. "성폭행 허위 신고에 대한 무고죄는 징역 10년 이하"라며 위협하던 박형사는 지은이의 집에서 토막 난 시체를 발견하고, 지은이와 실랑이를 벌이다 폭행을 가합니다. 그 순간 비가 내리고 강형사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사격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었던 지은이는 박형사의 총을 빼앗아 정확한 자세로 그를 사살합니다.
박형사는 양아치들에게 뒷돈을 챙기며 부패한 생활을 해왔고, 적이 많아 여유분 총알까지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동네 양아치들을 용의자로 수사하기 시작했고, 강형사의 간절한 부탁에 지은이는 경찰서로 가서 용의자 라인업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속에는 자신을 성폭행한 범인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지은이는 "사격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다"는 과거가 드러나면서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복수극이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
지은이는 직장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복수에 나섭니다. 범인들의 근무지와 집 주소를 알아낸 그녀는 하나씩 찾아가 정확한 사격 실력으로 응징합니다. 원경이를 상습 폭행하던 참배 역시 그녀의 타깃이 되었고, 또 다른 가해자를 찾아가 "중요한 두 곳"을 정확히 쏴 사형시킵니다. 범인은 지은이를 알아보지도 못한 채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고 죽음을 맞이했고, 이는 피해자의 고통이 가해자에게는 잊힌 일상의 한 조각에 불과했음을 보여줍니다.
강형사는 지은이가 제출한 머리털의 감정 결과를 통해 그녀와 사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사건 당일이 적힌 일기장에서 "내게는 너무 가엾다"는 문구와 함께 "같은 날 다시 찾아온 그 짐승"이라는 기록을 보게 됩니다. 그는 지은이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가지만, 지은이는 이미 마지막 범인인 작업반장을 노래방으로 유인한 상태였습니다.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동료 경찰들이 총을 겨누는 가운데, 강형사는 "너무 빨리 왔다"며 자신이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지은이를 설득합니다.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는지" 이해한다며 투항을 권유하고, 지은이는 마지막으로 세상을 믿어보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범인이 쏜 총에 지은이가 쓰러지고, 분노한 강형사는 경찰 신분을 잊고 범인을 사살합니다.
결국 지은이는 뇌사 판정을 받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간이 범인에게 이식될 예정이었습니다. 강형사는 범인의 인공호흡기를 떼려다가 생각을 바꾸고, 사망자의 장기는 이식할 수 없다는 점과 지옥 같은 세상에서 해방시켜 주기 위해 지은이를 선택합니다. 영화는 "세상이 우리한테 미안해하지, 너랑 나, 우린 잘못 없어"라는 대사로 마무리되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남깁니다.
이 작품은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잔혹한지를 끝까지 보여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지은이 역할을 맡은 신예 배우의 절제된 연기는 분노를 과장하지 않고도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며, 복수의 통쾌함과 비극적 결말이 공존하는 서사는 관객에게 "다른 선택지는 있었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피해자의 복수가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라는 명백한 진실을 일깨우는 작품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cyxbCqgNl1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