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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레임드 영화 리뷰 (반장선거, 주식투자, 반딧불이)

by 영화리뷰보이 2026. 2. 13.

2021년 공개된 영화 '언프레임드'는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네 명의 배우가 감독으로 나서 만든 옴니버스 숏필름입니다. 각각 '반장 선거', '재방송', '반디', '블루 해피니스'라는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프레임을 벗어난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균열과 치유, 그리고 성장의 순간들이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언프레임드 영화 리뷰

반장선거, 아이들이 보여주는 권력의 민낯

'반장 선거' 에피소드는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권력 게임을 다룹니다. 기호 1번 장원이는 학업 능력 향상과 반 성적 상위권 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모범생 이미지를 갖췄습니다. 기호 2번 선영이는 건의함 설치와 셀카 촬영 포인트 마련, 심지어 트와이스 초대까지 약속하며 대중적 인기에 호소합니다. 그 사이에 정인호라는 아이는 더듬거리며 공약조차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지만, 밤새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는 치밀함을 보입니다.
개표 과정에서 "정인호" 표가 연속으로 나오자 교실은 술렁입니다. 아이들은 "누가 정인호 쓴 거야"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결국 장원이가 당선되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학급 임원 선출이 아닙니다. 청소 당번을 앞장서서 하겠다는 성실함, 학업 성취를 내세운 엘리트주의, 대중적 인기에 호소하는 포퓰리즘, 그리고 부정 선거까지 동원하는 권모술수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비평적 관점에서 이 에피소드는 어른들의 정치 구조를 그대로 투영합니다. 40만 원을 벌었다고 40만 원을 주식에 넣는 찬영의 무모함처럼, 아이들 역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욕망에 뛰어듭니다. "반장 되면 뭐가 달라지는데"라는 질문보다 "반장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가 앞서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수단과 목적을 전도시킨 채 경쟁만을 강요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정인호가 밤새 투표 용지를 작성하는 장면은 씁쓸한 웃음과 함께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결국 당선되지 못한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실패한 욕망의 허무함을 목격합니다.

주식투자, 일상을 무너뜨리는 불안의 실체

'블루 해피니스' 에피소드의 주인공 찬영은 기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평범한 청년입니다. 여자친구 지은이는 찬영에게 아끼던 카메라를 다시 사주며 "좋아하는 일 쉽게 포기하지 마"라고 격려합니다. 하지만 찬영의 삶은 동창 승민을 우연히 만나면서 급격히 변화합니다. 승민은 비싼 시계를 차고 나타나 "연봉 정도 번다"며 주식 정보를 건넵니다. 코스모 제약, 전임전자 같은 종목명을 언급하며 "정보 싸움"임을 강조하는 승민의 말에 찬영은 현혹됩니다.
처음엔 40만 원으로 시작한 주식 투자는 상한가를 맛보며 찬영에게 희열을 선사합니다. "야 씨 야 치킨 시켜 먹으려고"라며 좋아하던 찬영은 점차 신용까지 동원하며 보증금과 생활비 전부를 몰빵합니다. "미수는 신용이 당겨 가지고 가야지"라는 승민의 조언은 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부추기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주식이 하한가를 치자 찬영은 패닉에 빠지고, 승민은 "욕심부리지 말라고 내가 얘기했지"라며 책임을 회피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청년들이 겪는 불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취업 준비생이라는 불안정한 지위, 간신히 유지되는 생활비, 그리고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은 찬영을 주식이라는 도박판으로 내몰았습니다. 승민이라는 캐릭터는 사기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컨설팅회사와 창투사 경력을 내세우며 신뢰를 구축하고, 한두 번의 성공 경험으로 상대를 중독시킨 뒤, 실패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돌리는 구조입니다. "주식은 이거 하는 거 아니라니까"라는 승민의 말은 결국 모든 책임을 찬영에게 전가하는 비겁한 도피입니다. 작품은 "주식해서 돈 못 벌어요. 그냥 성실하게 일해서 버세요"라는 손님의 충고로 마무리되며, 투기적 욕망의 허상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반딧불이, 상실을 치유하는 희망의 빛

'반디' 에피소드는 싱글맘 소영과 딸 반디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반디는 말을 더듬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빠가 외국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소영은 남편 원석을 먼저 떠나보낸 후 혼자 반디를 키우며,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립니다. 할머니 경숙은 소영에게 "반디한테 알려 줘. 아빠 덕분에 엄마가 엄청 강한 사람이 됐다고"라며 용기를 북돋습니다.
소영은 원석이 생전에 이야기했던 반딧불이를 떠올리며 반디를 뒷산으로 데려갑니다. "옛날 옛날에 반디 아빠가 여기에서 반딧불이 봤대"라는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점차 깊어집니다. 소영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삶의 진리를 반디에게 전하며, 반딧불이가 예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을 수도 있다는 비유를 통해 아빠의 부재를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신기하게도 반디는 반딧불이를 찾는 동안 말을 더듬지 않습니다. "반딧불이 찾아보자 우리 강아지"라는 소영의 말에 반디는 "말 안 더듬네"라며 스스로도 놀라워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상실 이후의 치유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반딧불이라는 신비로운 매개체는 슬픔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기보다 은유적으로 소화할 수 있게 돕습니다. 경숙 할머니의 "남은 사람들은 떠난 사람 그리워하는 힘으로 살아가는 거지"라는 말은 애도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소영과 원석이 나눴던 연애 편지를 읽으며 반디는 아빠를 간접적으로 만나고, 슬램덩크와 안경선배 같은 구체적 디테일은 아빠의 존재를 생생하게 만듭니다. 반디가 아빠 방에서 말을 더듬지 않는 순간은, 아빠라는 안전 기지가 여전히 심리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결국 이 에피소드는 상실이란 끝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지속되는 관계임을 보여주며,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인정하면서도 그 존재를 기억하는 것이 진정한 치유임을 전합니다.

'언프레임드'는 네 편의 독립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숨겨진 민낯을 드러냅니다. 반장 선거는 권력 욕망의 맨얼굴을, 주식 투자는 불안한 청년 세대의 조급함을, 반딧불이는 상실 이후의 희망을 각각 상징합니다.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감독으로 참여해 보여준 섬세한 시선은 삶이란 결국 각자의 프레임을 깨고 나가는 과정임을 시사합니다. 비평적으로 볼 때 이 작품은 자본주의의 비정함과 인간 본연의 따뜻함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며,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불안과 마주하고 싶었던 진심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한 편의 영화에서 여러 인생의 결을 느낄 수 있는 웰메이드 옴니버스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iEwoYm8_Z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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