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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질주 영화 리뷰 (0.02초의 벽, 청춘 성장, 달리기)

by 영화리뷰보이 2026. 2. 15.

2025년 9월 개봉한 영화 '전력질주'는 한국 육상계의 현실과 청춘들의 성장을 그린 스포츠 드라마입니다. 하석진이 연기한 한국 최고 기록 보유자 강구영과 이신영이 연기한 신예 강승열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을 넘어 왜 달리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집니다.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작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결과 지상주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따뜻한 위로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전력질주 영화 리뷰

0.02초의 벽, 기록 집착이 만든 비극

영화의 중심에는 한국 100m 최고 기록 보유자 강구영이 있습니다. 그는 6년 전 30년 만에 한국 기록을 10초 07로 경신하며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세계 육상 선수권 남자 100m 출전 기준인 10.05초를 넘지 못해 '내수용 똥차'라는 모욕적인 별명으로 불립니다. 이 0.02초의 격차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아닌, 한국 사회가 보여주는 냉혹한 결과 지상주의의 상징입니다.
강구영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전성기가 지나고 무릎 통증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소속팀 인천 시청은 그에게 후배 코치 역할을 맡기며 사실상 선수 생명을 끝내려 합니다. "전국 최전 메달 같은 건 필요 없다"는 말을 듣는 그의 처지는,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우리 사회의 승자독식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게다가 이혼 소송 중이고 어머니 집에 얹혀사는 처지까지 더해져, MBTI TTT(트리플티: 엄마 집에 얹혀 살기)라는 자조적인 상황에 놓입니다.
코치 준수는 강구영을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려 하지만, 조건은 10.16초를 기록한 고등학생 장근재보다 빨리 달리는 것입니다. 이는 베테랑 선수가 신예에게 밀려나는 스포츠계의 냉정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더 큰 문제는 기록 단축을 위해 준수가 불법 약물을 구매하려다 발각되면서 강구영까지 도핑 의혹에 휘말린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강구영은 결백했고, "야, 됐어 됐어"라며 스톱워치를 미리 눌러 10.04초를 만들어낸 것은 준수였지만, 사회는 그의 진실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도핑 테스트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전문가들은 "검출되지 않는 약물도 존재한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소속 팀은 그를 급하게 방출합니다. "달리기밖에 안 했어요"라는 그의 절규는, 기록에만 집착하는 시스템이 선수 개인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장면입니다.

풋풋한 청춘 성장 드라마의 활력

영화는 강구영의 무거운 서사와 대비되는 청춘 성장 스토리를 병행합니다. 축구부였던 강승열은 공보다 빠르게 뛰어 공을 잡아본 적이 없었고, 우연히 트랙 위에서 미소 짓는 육상부 지은을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그날부터 축구화를 벗어던지고 트랙 위를 달리기 시작한 승열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청춘 만화 같은 설정이지만, 진심 어린 열정으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문제는 지은이 육상 천재 장근재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점입니다. 승열은 질투심에 근재와 승부를 벌이지만, 근재는 대회처럼 필사적으로 달렸고 결과는 승열의 패배였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승열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줍니다. 그는 루돌프 벌칙을 받던 중 지은으로부터 "원플러스원"이라는 암호 같은 메시지를 받는데, 이는 무릎 부상으로 재활 중이던 지은이 승열의 '기치료'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신호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영화는 이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청춘 영화 특유의 판타지적 요소를 더합니다.
승열은 근재를 잡기 위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며 무조건 따라하기 전략을 펼칩니다. "이제부턴 엄지발가락의 모든 신경을 집중해"라는 근재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놀라울 정도로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첫 대회에서 실격당했지만, 그 순간 "거짓말 아니었네. 바람에 올라타는 거"라며 근재가 말했던 달리기의 본질을 깨닫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육상부 선배가 재본 승열의 기록이 10.16초, 즉 장근재의 최고 기록과 동일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승열이 이미 전국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합니다.
새벽 트랙에서 만난 두 라이벌은 진정한 승부를 펼칩니다. "너도 이상한 꿈 꿨냐?"라는 근재의 물음에 "네가 나 대신 금메달 받는 꿈"이라 답하는 장면은, 경쟁자이면서도 서로를 인정하는 순수한 우정을 보여줍니다. 결국 근재가 이겼지만 그는 부상을 입었고, "바람을 탄 거야. 나보다 먼저"라며 승열을 인정합니다. 자신 때문에 친구가 다쳤다고 괴로워하는 승열에게 지은은 "그냥 같이 울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죠"라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넵니다. 트와이스 다연이 연기한 지은과 이신영의 케미는 영화의 청량감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달리기 본질을 회복하는 여정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강구영이 시각장애인 육상 선수 민지와의 만남을 통해 달리기의 본질을 회복하는 과정에 담겨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오랜 친구를 찾아간 강구영은 "재미도 없는 거 괜히 했어"라며 자조하지만, 친구는 "여기까지 온 김에 한번 달리고 가라"며 민지를 소개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바람을 느끼며 즐겁게 뛰는 민지를 보며, 강구영은 "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하던 자신의 초심을 떠올립니다.
민지는 강구영과 달린 후 "그 사람 발자국 소리는 되게 즐겁게 들렸거든요. 그래서 제가 많이 좋아했어요. 진심으로"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기록과 숫자에 매몰되어 있던 강구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상기시킵니다. 친구는 "너 예전처럼 한번 뛰어봐. 보폭이 너랑 안 어울리는 거 같아 지금"이라며 조언하고, 강구영은 자신의 주법을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제79회 전국 육상 선수권 대회, 소속 팀이 없어 무소속으로 출전한 강구영은 예선에서 10.10초를 기록하며 결승에 진출합니다. 6년 전 10.07초 기록을 세웠을 때 모두가 환호했지만, 이후 좁혀지지 않는 기록에 사람들의 기대는 조롱과 안타까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전성기의 끝자락, 어쩌면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이 경기에서 강구영은 10.05초의 벽을 깰 수 있을까요?
영화는 여기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하지만 못 넘으면 또 어떤가요? 그 순간 온전히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이미 충분히 빛나니까요." 이순원이 연기한 코치 준수의 입체적인 캐릭터는 선수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불법을 저지르는 모순적 인물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하석진의 절제된 열연은 경기장 안에서의 투혼과 경기장 밖에서 무너지는 모습의 대비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특히 어머니 앞에서 우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전력질주'는 "인생이라는 트랙 위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뛰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6년 동안 줄이지 못한 0.02초의 격차는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기록 집착에서 자유로워지는 심리적 거리임을 보여줍니다. 강구영의 무거운 현실과 강승열의 풋풋한 청춘 드라마가 조화를 이루며, 결과보다 과정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1등이 아니어도 충분히 빛날 수 있다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이 영화는, 완성도 높은 연기와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XRjJ2gOB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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