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쾌거를 이뤄낸 국민적 영웅에 열광했습니다. 그러나 그 영광의 이면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영화 <제보자>는 이장원 박사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문 조작 의혹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진실을 향한 언론의 치열한 싸움과 국익이라는 명분 뒤에 가려진 과학계의 민낯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단순한 고발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진실과 마주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복제줄기세포 논문조작 의혹의 전말
MBS 'PD 추적'의 윤민철 PD는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습니다. 불법 난자 매매에 관한 내용이었고, 그 난자들이 유원메디컬을 통해 이장원 박사팀의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정보였습니다. 취재를 시작한 민철은 이장원 박사의 전 연구팀장 신민호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복제 줄기세포는 없습니다. 이장원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논문은 전부 다 조작된 겁니다"라는 폭탄선언을 듣게 됩니다.
민호의 증언에 따르면, 복제된 줄기세포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수정란 줄기세포를 복제 줄기세포라고 속였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검증한 바이오리서치 저널에 실린 논문이 사기일 수 있다는 의혹은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민철은 팀장 김성호와 함께 국장을 설득하며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합니다. "진실이 바로 국익이다"라는 국장의 결단은 이후 전개될 치열한 싸움의 서막이었습니다.
취재팀은 난자 불법 매매의 실체를 확인하고, 600여 개 이상의 난자가 불법으로 거래되어 연구에 사용되었다는 증거를 확보합니다. 더 나아가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이도영 연구원을 직접 찾아가 결정적인 증언을 받아냅니다. "논문의 샘플은 수정란 줄기세포를 가져와 복제 줄기세포라고 속인 거예요. 이장원 박사가 시킨 일이에요. 제게 직접 지시를 했었으니까요." 이도영의 증언은 논문 조작의 핵심 증거였습니다. 하지만 이장원 박사는 이도영을 다시 회유하고 협박하여 거짓 기자회견을 열게 만들며 반격에 나섭니다.
상식의 저항, 언론인의 고군분투
민철과 취재팀이 직면한 것은 단순한 취재 장벽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국민적 영웅'이라는 거대한 신화에 도전하는 일이었고, 온 국민의 믿음과 희망을 의심하는 행위였습니다. 이장원 박사는 언론 플레이에 능숙했습니다. "나 이장원이 아닌 우리 대한민국을 봐달라"며 국익을 앞세우고, "제가 반드시 이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겠습니다"라는 감동적인 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방송국에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편집국장들은 취재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너들이 언제 뭐 나한테 허락받고 취재했냐? 청와대까지 개입되는 거 몰라서 그래?" 국장의 경고는 현실적이었지만, 민철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진실과 국익 중에 국장님은 어떤 게 더 중요합니까?"라고 정면으로 맞섭니다. 이 장면은 언론의 본질적 가치를 상기시킵니다. 진실이 곧 국익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언론은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할 뿐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민철은 수많은 위협과 회유를 받습니다. 이장원 박사는 동물 실험 결과를 내세우며 반박하고, 언론사에 광고 철회 압력을 넣으며 방송국을 압박합니다. 심지어 민철의 동료들조차 "제보자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저쪽에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윤 PD 너 여기서 경력 끝낼 거야?"라며 취재 중단을 권유합니다. 민철은 완전히 고립됩니다. 하지만 그는 제보자 민호에게 "형, 나 끝까지 할 거야. 저게 저 사람들 일이면 이게 우리 일이고 PD 추적 정신이지"라고 다짐하며 포기하지 않습니다.
진실과 국익 사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가치
영화는 진실과 국익이 충돌할 때 우리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이장원 박사는 끝까지 "국익"을 방패로 삼습니다. "국익을 핑계로 진실을 덮고자 했던 이장원 박사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방송의 표현처럼, 국익이라는 명분은 종종 진실을 은폐하는 도구로 악용됩니다. 민철이 사장실을 찾아가 "판단은 국민이 하는 거잖아요"라며 호소하는 장면은 언론의 역할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언론은 진실을 전달하고, 최종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제보자 신민호의 용기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딸 수빈이를 위해 이장원 박사를 믿고 연구팀에 합류했지만,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제 딸을 포함해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이장원 박사 연구팀에 합류를 했는데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얼마를 살지도 모르는 제 딸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민호의 증언은 개인의 이익이 아닌, 더 큰 선을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진실을 밝혔고, 그의 용기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묻혔을 것입니다.
방송이 나가기 직전까지도 압력은 계속되었습니다. 사장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편성을 대체하려 했고, "편성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했고 일단 오늘만 넘기면 사태는 진정될 것 같습니다"라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민철은 사장실에 직접 찾아가 "우리는 방송의 주인이 국민을 명심하고 진실만을 전달한다. 우리는 법과 방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방송을 통한 편성과 보도 제작의 자유를 가지며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자유를 지킨다"는 방송 강령을 낭독하며 간청합니다. 결국 사장은 "바로 방송하자. 난 집에 가서 볼 테니까"라며 허락하고, 'PD 추적'은 방송에 성공합니다.
영화 <제보자>는 과학적 진실뿐 아니라 언론의 사명과 시민사회의 책임을 되묻는 작품입니다. "줄기세포가 뭘로 분화될지 아무도 몰라요. 거짓된 희망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라는 민호의 고백은, 과학이 희망이 아닌 기만의 도구로 전락했을 때의 비극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진실은 때로 고통스럽지만, 그것을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더 큰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윤민철 PD가 마지막에 또 다른 제보 전화를 받으며 "제보자의 신원은 100% 보장해 드리니까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진실을 향한 언론의 여정이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상징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qnpuz850Om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