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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제로 영화 리뷰 (박중필,80년대, 첫사랑 로맨스)

by 영화리뷰보이 2026. 2. 6.

유승범 주연의 영화 '품행제로'는 1980년대 고교 시절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겉으로는 학교의 최고 싸움꾼 '문 닫고 캡장' 박중필의 활약을 그리지만, 실제로는 첫사랑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평범한 소년의 이중적 삶을 익살스럽게 담아냈습니다. 복고적 감성과 유머 속에 숨겨진 시대의 폭력성과 청춘의 허무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깊이 있는 성장담으로 기억됩니다.

품행제로 영화 리뷰

박중필 캐릭터의 이중성과 성장 서사

박중필은 '문 닫고 캡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학교 최고의 싸움꾼으로 군림합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삥을 뜯고, 대명고 태권도부를 상대로 전설적인 싸움을 벌이며, 동네 나이트클럽에서도 위세를 떨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면적 강함은 사실 허세와 우연이 만들어낸 허상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중필이 실제로는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해 후배들 것을 빼앗아 먹고, 요일조차 헷갈리는 평범한 학생임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줍니다.
중필의 진짜 모습은 미니라는 여학생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드러납니다. 엄마의 미용실에서 미니를 본 중필은 본능적으로 호기심을 느끼고, 그녀가 다니는 클래식 기타 교습소에 등록하기까지 합니다. "마산 해 자식이 쪽 팔리게 클래식 기타가 뭐냐"며 놀림받으면서도,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연습하는 중필의 모습은 첫사랑 앞에서 무장해제된 소년의 순수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후배들에게 삥 뜯은 돈 2만 원으로 기타 교습비를 내는 장면은, 폭력과 순수가 공존하는 그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미니와의 관계에서 중필은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됩니다. 백화점에서 함께 데이트를 하고, 김승진의 노래를 듣고, 안경을 닦아주려다 오히려 더럽히는 어설픈 모습까지 보입니다. 그가 "남자는 다 100 사이즈"라고 허세를 부리다가 실제로는 95 사이즈를 입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장면은, 강함을 연기해야만 했던 시대 청소년의 초상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이중성은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가 아니라, 폭력이 지배하는 학교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던 청춘의 비극을 대변합니다.

80년대 학교 폭력의 생태계와 권력 구조

영화는 1980년대 고등학교의 폭력 생태계를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캡장'이라는 직책은 단순히 싸움을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학교 내에서 일종의 권력 구조를 형성하는 존재입니다. 중필은 후배들에게 돈을 뜯고, 특정 장소를 자신의 아지트로 삼으며, "허락 없이는 아무도 못 온다"는 규칙을 세웁니다. 이러한 권력은 폭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동시에 일종의 보호 체계이기도 합니다. 전학생 영만을 자신의 보호 아래 두고 "불편한 거 있으면 형한테 얘기하라"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왜곡된 권력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권력 구조는 새로운 강자 김상만의 등장으로 흔들립니다. 유도부 출신인 상만은 "척추기, 껍데기 뺏기기, 완반지"라는 세 가지 기술로 패권을 장악합니다. 그의 등장은 단순한 개인 간의 싸움이 아니라, 학교 내 권력의 재편을 의미합니다. 수동의 말처럼 "중원의 새로운 강제가 나타난 이상 캡장의 자리는 하나"이며, "전쟁은 시간문제"입니다. 이는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권력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학교 폭력의 생태계는 단순히 힘의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여학교의 나영과 그녀의 패거리는 또 다른 권력 집단을 형성하며, 롤러장에서 음악 선곡권을 둘러싼 갈등은 일상적인 영역 다툼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전개되는지 보여줍니다. 김승진과 박혜성 팬덤 간의 대립, 나이트클럽에서의 세력 다툼까지, 영화는 당시 청소년 문화 전반에 만연했던 폭력의 일상성을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특히 칼이 등장하는 최종 대결 장면은, 이러한 폭력이 단순한 주먹다짐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첫사랑 로맨스와 청춘의 선택

미니와의 로맨스는 중필에게 캡장의 자리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녀는 중필이 처음으로 자신의 가면을 벗고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교습소에서 기타를 배우고, 백화점에서 데이트를 하고, 김승진의 "수잔"을 함께 듣는 순간들은 폭력으로 얼룩진 일상 속 유일한 평화입니다. 특히 첫 키스 장면에서 "귀에서 종소리가 들린다"는 대사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얼마나 강렬한 경험인지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사랑은 중필의 정체성과 충돌합니다. 나영은 중필에게 "수잔이 좋냐 경화가 좋냐"라는 질문을 통해 선택을 강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두 여자 중 한 명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캡장으로서의 삶과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삶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중필이 미니를 선택하자, 나영은 "너 요새 뭐 해? 얼굴 보기 힘들어"라며 그가 캡장의 위치를 잃어가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실제로 중필이 미니에게 빠져 지내는 동안, 상만의 세력은 점점 커져갑니다.
미니 역시 중필 때문에 고통받습니다. 나영에게 불려 가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중필에 대한 마음을 증명해야 했고, 결국 식중독에 걸립니다. 이는 중필이라는 존재가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폭력의 파급 효과를 상징합니다. 미니가 중필에게 "싸우지 마라"라고 부탁하지만, 중필은 "너랑 나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냐"며 그녀를 냉정하게 밀어냅니다. 이 장면은 중필이 캡장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비극적 선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필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미니가 몰래 사다 준 95 사이즈 셔츠를 발견한 중필은 그것을 입고 상만과의 대결에 나섭니다. 이는 미니에 대한 사랑과 캡장으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던 중필이 내린 최종 결정입니다. 칼에 찔린 상황에서도 "내가 이겼잖아"라고 외치는 중필의 모습은, 승리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약속임을 보여줍니다. 95 사이즈 셔츠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미니의 진심과 중필의 변화 가능성을 상징하는 매개체입니다.

영화 '품행제로'는 80년대 학교 폭력의 생태계를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그 안에서 첫사랑을 경험하는 평범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캡장이라는 허세 섞인 완장과 95 사이즈 셔츠 사이에서 갈등하는 박중필의 모습은, 폭력이 지배하던 시대를 살아야 했던 청춘의 복잡한 초상입니다. 칼에 찔리면서도 "내가 이겼다"라고 외치는 결말은,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씁쓸한 질문을 남깁니다. 유승범의 생활 연기와 복고적 감성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청춘의 폭력성과 순수함을 동시에 포착한 한국 영화의 숨은 걸작으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gq1KlECci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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