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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영화 리뷰 (사랑의,이별의, 허진호 감독)

by 영화리뷰보이 2026. 2. 4.

2007년 개봉한 영화 <행복>은 허진호 감독이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잔인하고도 현실적인 방식으로 답한 작품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의 메가폰을 잡았던 허진호 감독은 특별한 기교 없이 담담히 사랑과 이별을 여과 내는 연출로,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두 남녀가 서로의 구원이 되었다가 다시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행복 영화 리뷰

사랑의 유한성: 구원이 구속이 되는 순간

영화는 사업에서 클럽을 운영하며 화려한 생활을 하던 영수라는 남자의 몰락으로 시작됩니다. 술과 담배, 시끄러운 음악의 저자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던 그에게 불행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연인 수연은 이별을 통보하고, 빚을 갚기 위해 친구에게 가게를 넘긴 영수는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간질환까지 얻게 됩니다. 결국 궁지에 몰린 그는 죽지 않기 위해 시골의 작은 요양원인 희망의 집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영수는 은희라는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8년간 요양원에 있었던 은희는 간 기능이 40%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심각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늘 평온해 보입니다. 소금기 없는 음식과 술담배가 금지된 지루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영수는 은희의 도움으로 차츰 시골 생활에 적응해 가게 됩니다. 그러나 영수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는 너무도 두렵습니다. 그는 은희에게 묻습니다. "무섭지도 않아 보이고, 힘들지도 않아 보이고, 아프지도 않아 보이니까. 늘 죽음과 가까이 있기 때문일까요?"

영수는 자신과 달리 두려움이 없어 보이는 은희에게 의지하며 마음을 주기 시작하고, 은희 역시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은희는 영수에게 제안합니다. "같이 삽시다. 결혼하자는 얘기가 아니에요. 언제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럼 그때 가서 헤어지죠." 죽음 앞에 서있던 두 남녀는 함께 요양원을 나와 부부처럼 살게 됩니다. 영수는 은희와 함께 소박하지만 따뜻한 행복을 이어가며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게 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제목과 역설적으로 다루는 핵심은 바로 '행복의 유한성'입니다. 영수에게 은희는 죽음을 피하기 위한 '약'이었으나, 몸이 나은 뒤에는 지루한 '구속'이 되어버립니다. 건강을 회복한 영수는 옛 친구들과 재회하며 본래 자신의 삶이 있던 화려함이 가득한 도시로 한동안 바빠서 하지 못했던 방탕한 생활을 다시 시작합니다. 그런 게 있는 세상에 살던 은희와 그런 게 없는 세상에 살던 영수 사이에는 점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별의 잔인함: 비겁한 선택과 무조건적 사랑

영수의 변화는 점차 명확해집니다. 지루하고 궁상맞은 시골 생활과 병약한 은희의 모습이 그에게는 부담스러워 보입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는 잊을 수 없는 대화가 오가게 됩니다. 영수는 은희에게 말합니다. "매일 그 똑같은 밥 먹는 거 지겹지 않니?" 은희는 담담히 답합니다. "지겨운데." 영수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오늘 하루 잘 살면 그걸로 됐지. 내일을 기약해 본 적 없이 살던 거 지금 생각처럼 세상이 이렇게 단순한 줄 알아? 지금 좋다고 나중까지 좋은 법 없어."

내일을 기약해 본 적 없이 살던 은희는 자신과 달라진 영수의 모습이 서럽기만 합니다. 그녀의 슬픈 예감대로 여행을 다녀온 어느 날, 영수는 충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그는 은희에게 말합니다. "나 여자 생겼어. 나 서울 갔을 때 그 여자랑 같이 있어서. 그런 게 있는 게 그런 게 없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하더라."

"나 여자 생겼어"라며 자신의 비겁함을 은희의 입을 통해 확인받으려는 영수의 모습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은희는 오열하며 묻습니다. "근데 어떻게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해?" 지난날의 추억과 약속을 모두 잊은 듯한 영수의 모습에 은희는 깊은 상처를 받지만, 결국 그가 바라는 대로 그를 보내주게 됩니다. "잘 가, 영수 씨."

하지만 서울로 돌아온 영수의 모습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시끄러운 음악도, 술과 담배가 주는 즐거움도 없습니다. 은희에게 속해있던 세상이 얼마나 행복한 것이었는지 영수는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영수의 친구는 그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재밌냐?" 그러나 영수는 답하지 못합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영수의 삶은 다시 죽음과 더 가까워져 있습니다.

허진호 감독의 시선: 잔인한 현실과 고결한 헌신

요양원 원장님을 통해 은희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전해들은 영수는 그녀의 병실로 내키지 않는 걸음을 향합니다. 여전히 영수와 찍은 사진을 곁에 두고 있던 은희는 영수를 용서한다는 듯 그를 향해 손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이며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영화는 은희의 옷가지를 안은 채 오열하는 영수의 모습과 그녀가 없는 그녀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서는 그의 모습을 보여주며 쓸쓸히 막을 내립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의 메가폰을 잡았던 허진호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특별한 기교 없이 담담히 사랑과 이별을 여과 내는 그의 연출 방법이 돋보입니다. "사랑해"라는 남자의 명암을 멋지게 그린 황정민 씨의 연기와 그에 결코 밀리지 않으며 은희 그 자체였던 임수정 씨의 연기가 맹렬하게 어우러졌습니다.

끝내 영수를 용서하며 떠난 은희의 사랑은 조건 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헌신이 비정한 세상에서 얼마나 고결하고도 아픈 것인지를 역설합니다. 고통과 절망의 끝에서도 행복한 사랑을 하고 지금의 감정에 충실했던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깊은 여운과 분노를 동시에 자아내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사랑은 정말 영원할 수 있는가? 우리는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구원이 언제 구속으로 변하는가?

영화 <행복>은 제목이 주는 따뜻함과는 달리 사랑의 유한성과 인간 본성의 이기심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허진호 감독은 특유의 담담한 시선으로 행복이란 감정이 얼마나 덧없고 조건적인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통스러운지를 동시에 포착합니다. 황정민과 임수정의 절제된 연기는 이러한 감독의 의도를 완벽하게 구현해 냅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건강을 되찾은 뒤 은희를 떠난 영수는 정말 비난받아야 할 존재일까요? 아니면 그는 단지 우리 모두가 가진 나약함과 이기심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일까요? 은희의 무조건적 사랑과 용서는 숭고한 것일까요, 아니면 자기 파괴적인 것일까요? 허진호 감독은 이러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담담하게, 그러나 깊은 슬픔을 담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할 뿐입니다.

영화 <행복>은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허진호 감독의 가장 잔인하고도 현실적인 대답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두 남녀가 서로의 구원이 되었다가 건강을 회복한 남자의 이기심으로 인해 다시 파멸로 치닫는 과정은 우리에게 행복의 유한성과 사랑의 조건성을 깨닫게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끝까지 사랑을 지킨 은희의 모습은 비정한 세상에서 무조건적 헌신이 얼마나 고결하고도 아픈 것인지를 보여주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C88d5o1si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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